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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그 외 지역/Travel points

시간을 달리는 말라카, 뭉클한 공존(共存)의 세상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차로 2시간 30.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도시 말라카에 도착합니다.

 

말레이시아의 옛 수도이자 과거 수백 년 동안 아시아 제일의 무역항이었고,

지난 2008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물론,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말라카.

 

왜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라카는모자이크 도시입니다.

예쁜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 아름답고 신비로운 공존의 세계를 만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도시지요.

 

말레이, 중국, 인도는 물론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흔적들이

패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여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여기에 페라나칸(이주 중국인과 말레이인이 결혼해 낳은 아이) 문화까지

더해져 이색적인 말라카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말라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뇨냐푸드(Nonya Food)

이 도시를 이해하고 느끼는 정점이고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말라카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말라카는 최초의 왕조가 탄생한 곳이고,

아시아에서 가톨릭의 세례를 받은 첫 번째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 열강의 쟁탈전이 치열했던 곳이니 만큼

여러 나라의 건축물과 문화가 혼재하는 풍경까지 만들어냈으니

이보다 더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 또 어디 있을까요.

 

아기자기한 유럽풍 건축물들만 보자면 한 권의 그림책이요,

수백 년 동안 만들어진 무지갯빛 문화를 생각해 보자면 한 권의 역사책이니 말입니다.

시간을 달려 말라카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라카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단연트라이쇼(Trishaw)입니다.

지붕과 좌석을 각종 꽃과 인형, 깃발로 장식하고 있고,

제법 잘 나가는 트라이쇼는 광고판까지 달고 성업 중 입니다.

 

이쯤 되면 여느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인력거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라이쇼를 타고 달리는 골목골목은 말라카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말라카 강줄기를 따라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천 카페들.

거리엔 재즈가 흘러나오고 불빛에 일렁이는 강물은 더없이 매혹적입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취기가 오르지요.

 

 

 

강변의 카페와 연결되는 존커 스트리트(Jonker Street)히런 스트리트(Heeren Street)

말라카 여행자라면 꼭 한번 스쳐야 하는 거리입니다.

 

 

 

골동품점, 작은 갤러리, 이색적인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고,

네덜란드풍 건축물이 많아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 입니다.

 

여행자들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말라카만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수백 년 동안 켜켜이 쌓인 복합적인 문화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말라카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은말라카 크루즈를 타는 것입니다.

포르투갈 보물선을 복원한 해양박물관 근처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말라카 해협에서 강을 따라 도시 중심부를 타고 올라가는 여정입니다.

마치 베니스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펼쳐지죠.

 

특히 야간 크루즈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말라카의 은은한 밤과 함께 낭만적인 추억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건물마다 벽화를 그려놓은 것이 많아 볼거리도 풍성합니다.

 

낮과 밤, 도시 구석구석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말라카.

이곳에선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것만 같습니다. 

 

 

 

수백 년 세월동안 그 어떤 도시보다 치열했고,

그 어떤 역사보다 다양한 문화를 품은 말라카.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커다란 도화지에 각양각색의 종이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같은 도시.

서로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고,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열린 도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 매력이 골목골목 숨어 있는 도시.

 

여기는 말라카입니다.